역린이라는 영화는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영화였는데 그도 그럴것이 현빈의 전역 후 복귀작이기도 했고 화려한 멀티캐스팅으로 인해서 배우들만 놓고 보자면 관객 입장에서는 봐야되는 영화이니까요. 그래서 저도 그런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역린이 보여주는 24시간에 대해서 지금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역린

우선 역린이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뜻하는 말로 임금의 분노를 가르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정조 즉위 1년에 있었던 정유역변을 배경으로 정조를 죽이려는 자와 죽여야 하는자 그리고 살려야 하는자들의 24시간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정유역변이란?

정조 즉위 1년인 1777년 7월 28일 밤, 정조가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에서 책을 읽던 중 정체모를 소리를 들었고 이를 수상히 여겨 홍국영을 불러 수사해 자객이 지붕위에 침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연루된 모든 사람들을 벌한 사건.

이 사건은 자객이 임금의 침전까지 숨어 들어왔다는 조선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었던 암살사건으로 전해지는데 이런 사건을 통해서 얼마나 정조에게 많은 적들이 있었는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사실 역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이기에 결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여 동안 얼마나 관객들 이야기속으로 끌어 들일 수 있으냐가 이 영화의 흥행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결말은 예상되니 반전이 없다는 것은 관객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요. 

역린

역린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연기력에서 어느정도 보증된 배우들이기 때문에 사실 연기에 대해서 흠 잡을 곳은 그다지 없습니다. 특히나 건축학개론, 관상을 통해서 코믹스런 연기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조정석은 이 영화를 통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욱더 탄탄하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생각보다 살수 캐릭터인 을수역을 너무나도 잘소화했는데 개인적으로 정조라는 캐릭터보다 을수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이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현빈 역시 복귀작인만큼 고심끝에 선택한 영화였을텐데 적이 많아 늘 밤을 지새우며 매사에 신중하고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을 정조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잘표현했다고 보여집니다. 이외에도 정재영, 조재현, 한지민, 김성령, 박성웅등 쟁쟁한 배우들이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요즘은 예전처럼 한국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가지고 이야기할만한 부분이 크게 없습니다. 한국영화가 발전한만큼 좋은 배우들 또한 너무도 많아졌기 때문에 드라마처럼 발연기를 하는 아이돌들은 발붙이기 힘든곳이 한국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기있는 연예인이 관객몰이를 하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정조

개인적으로 이영화의 가장큰 문제점은 135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너무도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퍼즐처럼 흩어지고 과거를 오가는 구성으로 인해서 몰입도 또한 상당히 떨어집니다. 만약 영화가 아닌 드라마라면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겠지만 2시간 정도인 영화속에서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정유역변이 일어난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전혀 24시간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정도로 긴장감없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여기저기 풀어놓고 있습니다. 임금을 죽이려는 긴박한 이야기이지만 관객이 2시간 동안 별다른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영화의 구성에서 실패를 했다고도 볼 수 있을것 같네요.

거기에 영화의 주제는 임금의 암살이이기에 빠질 수 없는 액션부분은 배경이 어둡고, 비가 내리는 흔해빠진 연출에 별다를것 없는 내용을 보여줍니다. 거기다 임금을 죽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정조는 앵글에서 없어지고 갑수와 을수를 보여주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가장큰 기둥이 정조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나오면서 정조의 이야기가 아닌 갑수와 을수라는 살루로 길러진 두 남자의 이야기를 보고 나온듯한 느낌이니 말입니다. 다만 정조의 활쏘는 장면은 참 멋있었습니다. 이게 액션 끝~ 뭐야 이게...

을수

역린을 보실려면 두가지를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반전같은건 기대도 하지 마시고...

둘째.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도 기대하지 마시고...

다만, 이런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정조라는 임금의 삶을 엿보고 싶으시다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렵게 왕위에 올라 늘 적들에게 위협을 받는 불쌍했던 조선의 왕... 그럼에도 불구하고 24년이라는 기간동안 굳건히 군주의 자리를 지키며 어진 임금으로 생을 마감한 조선의 왕 볼만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물론 영화이니만큼 어느정도 각색은 했지만 말이죠. 거기다 역린에는 참 좋은 대사가 나옵니다.

중용 23장

其次는 致曲이니 曲能有誠이니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고 變則化니 唯天下至誠이야 爲能化니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베어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대신들 앞에서 정조의 물음에 답하는 상책 갑수의 대사인데 영화를 보고나서 이 부분은 쉽게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정조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단점들이 있지만 저는 이런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고 긴장감이 없어도 나름 괜찬게 보고 나왔습니다. 다른 분들까지 그럴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예전에 주윤발 주연했던 공자 - 춘추전국시대라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다 재미없다고 했지만 저혼자 참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는 영화는 있을 수 없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는 의미있고 재미있더라도 어떤 이에게는 돈이 아까운 영화로 느껴지기도 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이상 역린 감상평이었습니다.